최근 정치권에서는 권력 분립과 견제의 원리가 시험대에 오른 사건들이 잇따랐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사법부의 충돌은 헌정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긴장을 낳고 있다.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각각 헌법이 부여한 고유 권한이지만, 사전 협의 없이 서면으로만 제청이 이뤄진 데 대해 청와대가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권한 행사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으로 번졌다. 여당 일각에서는 대법원장 자진 사퇴 압박까지 거론되고 있어, 사법부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헌법기관 간 갈등이 정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제도적 조정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는 10년 만에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안을 가결했다. 대통령 측근 비위를 감시할 특별감찰관 제도는 권력 집중을 견제하기 위한 핵심 장치였으나 그동안 공백 상태였다. 이번 임명이 실질적인 감찰 기능으로 이어지려면 독립성과 수사 권한 보장이 필수적이다. 한편 2차 종합특검은 수사 기한 종료를 하루 앞두고 무더기 기소를 단행했지만, 이른바 '윗선' 의혹은 규명하지 못한 채 경찰에 이첩됐다. 특검의 한계가 다시 드러난 만큼, 상설 특검 도입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에너지 분야에서는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치열하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재정 안정화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혈세를 정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꼼수라고 반발한다. 재정 준칙과 기금 운용의 투명성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전력망 확충과 정의로운 전환을 담은 에너지 입법, 사회연대경제기본법 등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입법 공백을 메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후속 시행령 마련과 예산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법안의 실효성은 반감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당 의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갖기로 한 것은 당정 협력 강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통령과 여당의 밀착이 지나치면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권력의 정당성은 절차와 견제에서 나온다. 사법부와 행정부, 여야 간 갈등이 제도적 틀 안에서 해소되도록 정치권의 성숙한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