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이 화폐인 시대, 한국도 값을 매겨야 한다
미국의 이란 공습과 이란의 호르무즈 보복, 북한의 당규약 '통일' 삭제, 대만 방위비 확대가 한 점에서 만난다. 무력은 대화의 대안이 아니라 입장권이 되었다는 것. 카드 없는 나라의 이익은 테이블에서 거래된다. 정부는 호르무즈 파병의 임무와 철수 기준을 국회 심의로 명문화하고 남북 대화 채널을 복원해 안보값을 직접 매겨야 한다.
미군 공습에 이란의 결혼식장이 무너지고 사망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이란은 보복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사우디 유조선을 때렸고 선원 두 명이 숨졌다. 이스라엘 총리는 아예 이란 정부 전복 작업을 공언한다. 그런데 같은 트럼프가 11~12월 북미회담, 나아가 플로리다 G20에 김정은을 부른다는 카드를 흔들고 있다. 포화와 회담이 같은 손에서 나온다. 지금 국제질서의 문법은 이것이다. 무력은 대화의 대안이 아니라 대화의 입장권이 되었다.
이 문법을 먼저 읽은 나라부터 움직인다. 북한은 3일 확인된 개정 당규약에서 '평화통일'을 삭제하고 남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로 못박으면서도 회담 문은 열어두었다. 김정은은 미 본토 무대에 오르는 초대장을 노린다. 대만은 3일 사상 처음으로 방위예산을 1조 대만달러 넘겼고, 여기에 1457억 대만달러 보충예산을 얹었다. 무역에서도 같은 가격표가 붙는다. 미국은 반도체에 새 관세를 예고하며 '미국서 만들면 감면'이라 했고, 캐나다와의 협상이 결렬한 자리엔 50% 관세가 놓였다. 한국 역시 호르무즈 파병 준비에 들어가 해상초계기와 폭발물처리반, 군수지원함을 꼽았다. 테이블의 자리는 무력과 비용으로 산다.
반론은 있다. 트럼프식 거래외교가 전쟁을 막는 거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위험은 정반대에 있다. 무력이 입장권이면 카드 없는 나라의 이해관계는 테이블 위에서 거래된다. 북미 정상이 미 본토에서 마주 앉는 동안 남북 문제가 서울 없이 계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남북을 '두 개의 국가'로 부르는 표현을 쓰자 위성락 안보실장이 엄중 문제를 제기했다. '두 국가' 공식이 국제 어휘로 굳어가면 한국의 통일 지평은 좁아진다. 호르무즈 파병도 같은 구조에 놓인다. 에너지 수혈선을 지킨다는 명분과 미이란 충돌에 끌려 들어가는 부담이 한 몸에 있으므로, 설계 없이 병력을 보내면 파병이 아니라 예속이 된다.
정부는 파병을 국익의 언어로 다시 정리해야 한다. 임무 범위와 철수 기준을 명시하고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대북 정책도 미국 트랙에만 맡기지 말고 남북 대화 채널을 스스로 복원해야 한다. 여야는 '두 국가' 어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통일의 논리를 다시 설명할 책임이 있다. 무력이 화폐인 시대에 값을 매기지 않는 나라는 남의 가격표를 그대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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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이 대화의 입장권이 되는 국제질서에서 약소국은 자주성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는가?
고려할 관점고려 포인트: 힘의 평화와 제도적 평화(국제법·국제기구)의 대비, 동맹이 주는 안보 이득과 종속 리스크의 동시성, 자주국방에 드는 비용과 사회적 합의, 스위스·핀란드식 중립·전략적 자율 전략의 한국 적용 가능성. - 2
북한이 당규약에서 '통일'을 삭제하면서도 미북 회담 문을 여는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고려할 관점고려 포인트: 체제 내부 결속과 세습 정당화라는 내정 목적, '적대적인 두 국가'의 법제화가 남북 대화와 통일 논의에 주는 구조적 제약, 대미 관계를 통한 체제 안보 확보 전략, 우리 헌법의 통일 지향과 '두 국가론'의 충돌. - 3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국익 수호인가, 분쟁 개입의 확대인가?
고려할 관점고려 포인트: 에너지 수입의 해협 의존도와 해상 교로 안보의 필요성, 국회 동의 등 민주적 통제 절차의 의미, 동맹 기여와 자국 이익의 균형점, 전투 개입으로 번질 위험과 철수 기준 설계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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