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다음을 지금 설계해야 한다
미국이 이란 공습을 재개하며 "호르무즈가 2년 뒤 쓸모 없어질 것"이라 선언했다. 군사 압박과 에너지 경로 재편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 전략이다. 이란은 걸프 이웃 국가들로 보복 범위를 넓혔고,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 유조선도 8월 31일 피격됐다. 정부는 에너지 도입선 다변화와 분쟁 해역 항로 지침을 즉각 정비해야 한다.
미국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이틀 만에 재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2년 뒤에는 쓸모 없어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발언은 전황 보도 위에 묻히기 십상이지만, 사실은 이번 충돌의 가장 중요한 단서다. 지상 송유관 확대를 통해 중동 원유가 반드시 이 해협을 거쳐야 하는 현재의 구조 자체를 해체하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전장과 에너지 지도를 동시에 바꾸려 한다.
미국의 구상은 이중적이다. 군사력으로 호르무즈의 통제권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이 해협의 전략적 가치 자체를 우회 인프라로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보복에 "더 큰 공격이 대기 중"이라고 경고했고, 이란은 걸프 이웃 국가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쏘아 올리며 역내 전선을 넓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 호르무즈에서 유조선을 공격해 선원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 소유 유조선도 8월 31일 이 해협에서 피격당했다. 세계 원유의 핵심 통로는 이미 전시 해역으로 전락했으며, 어떤 선적국도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
그러나 미국이 그리는 '2년 후 대안'은 허술한 전제 위에 서 있다. 지상 송유관 경로 역시 이란이 미사일을 겨눈 역내 국가들을 통과해야 한다. 이란의 보복이 걸프 전역을 전선으로 만드는 한, 대안 경로의 지정학적 안정성도 함께 흔들린다. 확전이 계속되는 한 '호르무즈 무용론'은 실현 가능한 설계도가 아니라 상대를 압박하는 협상 언어에 머물 공산이 크다. 에너지 경로의 재편은 전쟁이 끝난 뒤에야 의미를 갖는다.
한국 정부는 이 분쟁을 먼 나라의 전쟁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자국 해운사 선박이 호르무즈에서 피격된 현실은 한국의 에너지 수입 안보와 해운 산업이 동시에 위협받고 있음을 보여 준다. 정부는 중동 원유 의존도를 낮출 도입선 다변화 계획을 조속히 구체화하고, 분쟁 해역 운항 선박에 대한 보험 기준과 항로 우회 지침을 즉각 정비해야 한다. 에너지 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속도는 외교 공문이 회람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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