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8월 31일 호르무즈 해협 라라크섬의 이란 혁명수비대 로켓 발사기 두 곳을 폭격했고, 이란은 같은 날 요르단 내 미군 기지 두 곳에 보복 공습을 하고 해협의 미 함정을 향해 미사일을 쏘았다. 7월 말 이후 처음으로 알려진 미국의 직접 타격이자 한 달여 만의 재충돌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무게는 '전쟁이 다시 났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휴전이 분쟁의 끝이 아니라 숨 고르기의 간격이었음을 양측이 서로 확인했다는 데 있다. 재충돌이 이례가 아니라 주기가 되는 순간, 에너지 수송로 옆에 사는 나라의 리스크 계산법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번 교전은 정밀타격과 제한 보복으로 절제됐다. 미국의 타격은 발사기 두 곳에 그쳤고 이란의 보복도 기지 공습으로 매듭지은 듯 보인다. 그러나 절제가 곧 안심은 아니다. 양측 모두 전면전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도발과 보복의 사이클을 언제든 다시 돌릴 수 있음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사이클의 축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점이다. 한국이 쓰는 석유와 가스의 상당 부분이 이 좁은 바다를 지난다. 불은 한 곳에서만 붙지도 않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를 앞둔 8월 31일 회담에서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을 의제로 올렸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러시아가 제트추진 드론을 풀어 24시간 공격을 이어갔다. 에너지는 진영별 파이프라인으로 묶이고 전쟁 기술은 가속하는데, 휴전은 그 사이의 임시 정지 표지일 뿐이다.

확전을 걱정하기엔 이르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공격은 수주 만의 첫 군사행동이었지만 규모가 통제됐고 이란도 전면 응수를 피했다. 그러나 호르무즈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충돌 한 번, 유조선 피격 한 건이 가격을 움직인다. 통제된 긴장은 통제되지 않는 사고로 바뀌며, 그때 준비 없는 나라가 비용을 치른다. 도화선은 하나가 아니다. 이스라엘 극우 벤그비르 공안장관이 정착민들과 함께 알아크사 모스크에 난입한 8월 31일의 사태처럼, 휴전 위에 얹힌 긴장은 어느 지점에서든 다시 터질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이 볼 것은 중동 뉴스가 아니라 자신의 방어책이다. 정부는 유가 급등 시나리오를 훈련으로 전환해 비축유 방출 기준과 해운 우회항로, 운임과 보험 부담 점검을 사전에 확정해야 한다. 한국은행도 유가발 물가 충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미리 다듬어야 한다. 동시에 놓쳐서는 안 될 물꼬가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의지를 피력하는 가운데 백악관이 6.25 미군 유해 공동발굴 재개를 제안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 부담 속에 전선을 정리하려는 미국의 계산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정부는 한미 공조로 유해 발굴이라는 작은 문에서 시작해 대화의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 불확실한 세계에서 답은 관망이 아니라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