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착시 뒤에 숨긴 고통의 전가를 멈춰라
9월 초 역대 최대 수출이라는 반도체 단일 품목의 착시 뒤에서, 미 국채금리 5.35% 급등과 100달러를 돌파한 유가 충격이 내수와 서민 가계로 외주화되고 있다. 정책 당국은 부실 채무를 연명시키는 미봉책을 중단하고 구조조정과 거시건전성 확립이라는 정면 돌파를 선택해야 한다.
반도체 단일 품목의 수출 착시 뒤에서 고금리와 고유가의 실질적 비용을 서민과 내수 경제에 떠넘기는 약탈적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지표의 착시와 은폐된 복합 충격
9월 11일 집계된 9월 1~10일 수출액이 350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반도체가 전체의 47.1%를 차지했다는 수치가 공개되자, 여론과 정책 당국은 경기 반등의 환호성을 올렸다. 그러나 이는 거시경제의 균열을 가리는 지표의 치명적 착각이다. 바로 전날인 9월 10일 발표된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가 0.4% 상승하고 30년물 미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치인 5.35%까지 치솟았으며, 국제 유가마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반도체라는 단일 품목이 만든 숫자의 신기루는 실물 경제의 체력이 아니라, 글로벌 긴축 파고와 에너지 쇼크가 몰고 올 쓰나미를 가리는 장막에 불과하다.
언론과 공공 담론은 수출 호조를 국가적 축제로 포장하는 동시에, 9월 11일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확률이 90%에 육박하고 브렌트유가 109달러에 이르는 현실을 단순한 외생적 돌발 변수로 취급한다. 중동 분쟁과 공급망 불안이라는 불가항력적 외피를 씌움으로써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프레임이다. 착시적 수출 수치와 외부 충격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는, 고금리와 고유가가 몰고 올 파괴적 비용이 우리 사회 내부에서 어떻게 배분되고 전가되는지 따져 묻는 비판적 시선을 마비시킨다.
이익의 독점과 위험의 외주화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수출 입국과 국가경쟁력이라는 명분의 이면에는 비정한 자본과 권력의 역학이 똬리를 틀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270.1% 급증하며 발생하는 천문학적 이익은 소수 독점 대기업과 주주 자본의 곳간으로 귀속된다. 반면 국제 유가 급등과 미국발 고금리 기조가 유발하는 환율 상승과 원가 부담은 서민과 자영업자, 한계 기업의 생존을 옥죄는 실질적 징벌로 작동한다. 국가 전체의 평균 숫자는 풍요를 가리키지만, 삶의 현장은 수입 물가 폭등과 이자 부담이라는 가혹한 현실에 짓눌린다.
이 체제는 위험과 비용을 철저히 사회화하고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유지된다. 대기업은 고환율에 따른 수출 가격 경쟁력과 정부의 세제 지원을 누리며 안전지대에 머물지만, 에너지를 소비하고 빚으로 연명하는 골목상권과 서민 가계는 물가 상승이라는 보이지 않는 약탈적 세금을 감당한다. 이익을 사유화한 주체들은 위기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힘없는 경제적 약자들만이 고통의 최전선에 내몰리는 구조적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있다.
정책적 미봉책과 진퇴양난의 딜레마
이러한 모순 앞에서 정책 당국과 중앙은행은 나태한 기계적 중립과 미봉책 뒤로 숨는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턱밑까지 차오른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이 터져 나가고, 내수 침체를 우려해 금리 완화 기조를 지속하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와 환율 불안이 수입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한다.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한 채 시간 끌기식 유동성 지원과 만기 연장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곪아가는 상처에 붕대만 덧대는 행정 편의주의의 극치다.
문제의 근원은 대외적 충격 그 자체가 아니라, 빚으로 자산 가격을 떠받치며 비효율적 한계 부문을 온존시켜 온 누적된 구조적 방기다. 단기 지표 방어에 급급해 부실을 털어내지 않고 금융권에 부채 연명을 강요한 결과, 거시경제는 외부 충격을 흡수할 완충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통화정책의 신뢰를 갉아먹으며 빚으로 연명하는 구조를 방치하는 한, 그 어떤 유동성 공급도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고 파국의 폭발력만 키울 뿐이다.
기만적 낙관을 넘어 구조 개혁으로
공론장은 수출 신기루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향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극소수 산업의 일시적 착시 호황을 핑계로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할 구조조정의 고통을 언제까지 하위 계층에 떠넘길 것인가. 달콤한 통계 뒤에 도사린 고비용 구조를 깨뜨리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는 서서히 침몰하는 모래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더 이상 허구적 낙관론으로 공공의 합의를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은 통화 가치 수호와 거시건전성 확립을 위해 대외 금리차와 물가 압력에 대응하는 엄정한 통화정책 기조를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 정부는 수출 대기업 편향의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한계 부실 채권의 질서 있는 정리를 단행하고, 물가 충격에 직면한 취약계층의 생계 안전망을 두텁게 재구축해야 한다. 여야 정치권 역시 선거용 퍼주기식 대출 유예 법안을 즉각 중단하고 산업 다변화와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적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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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특정 수출 품목에 편중된 성장의 과실이 내수와 가계 소득으로 순환되지 않는 낙수효과의 실종 속에서, 대기업 중심의 국가적 지원 정책은 사회적으로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고려할 관점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국가적 안보 가치와, 특정 산업의 이익 독점에 따른 사회적 불평등 심화 간의 상충 관계를 함께 짚어보아야 한다. - 2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와 국제 유가 100달러 돌파라는 복합 충격 속에서,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붕괴 방지와 대외 통화 가치 수호 중 어디에 정책적 방점을 찍어야 하는가?
고려할 관점부동산 금융과 차주의 단기 연착륙을 택할 때 발생하는 환율 불안 및 전방위 수입 물가 폭등의 기회비용을 면밀히 비교해야 한다. - 3
경제 위기 때마다 단행되는 한계기업과 부동산 사업장에 대한 만기 연장 및 유동성 공급은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는 방파제인가, 아니면 부실 청산을 미뤄 미래 세대에 비용을 전가하는 도덕적 해이인가?
고려할 관점일시적 유동성 경색에 대한 구제 금융의 필요성과, 좀비 자산의 시장 퇴출 지연이 초래하는 자원 배분의 왜곡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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