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8일 잭슨홀 연설에서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목표를 향해 명확하고 충분한 속도로 움직인다는 확신이 없다”며 포워드가이던스 폐기와 통화정책 7대 원칙을 제시했다.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다음 달 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뜻이다. 취임 100일 만의 첫 잭슨홀 데뷔에서 인하 기대를 사실상 폐기시켰다는 점이 이번 사안의 무게다.

문제는 이 발언이 한국은행의 선택지를 뒤에서 좁힌다는 데 있다. 한은은 이미 28일 기준금리를 3.00%로 두 달 연속 올려 물가와 집값에 선제 대응했다. 신현송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기계적 대응은 안 한다”며 환율과 금융안정을 종합 판단하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워시가 9월 추가 인상까지 시사한 이상 한미 금리차 관리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통신사 표현대로 “호미로 막겠다”던 선제 대응이 미국의 매파 선회로 곡괭이를 요구받는 국면으로 넘어간 것이다.

다만 워시 스스로도 이 매파성이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음을 안다. 금리를 올리면 인하를 압박해온 트럼프 행정부와 충돌하고, 안 올리면 취임 초 신뢰를 잃는 딜레마가 그것이다. 이 불확실성은 9월 연준 결정이 예고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을 남긴다. 한은이 이 발언 하나에 정책을 미리 맞출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한은은 신 총재가 밝힌 대로 환율과 금융안정을 종합 판단하는 원칙을 지키되, 9월 연준 회의 결과를 확인한 뒤 셋째 인상 여부를 저울질해야 한다. 정부는 두 달 연속 금리 인상이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충격을 재정·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보완해 한은의 통화정책 부담을 나눠 져야 한다.

워시의 매파, 한은을 시험한다 — MacroPulse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