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의 관세 전쟁이 50% 보복관세로 확대되고, 미국은 중국 과잉생산 관세 7.5% 부과를 예고했다. 이란 전쟁 6개월째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절반 가까이가 분쟁 지역을 통과하면서 에너지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반면 미국 행정부는 가상화폐 규제 완화와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을 통해 국채 금리 안정과 차입 비용 축소를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무역정책이 서로 얽히며 각국 중앙은행의 선택 폭은 좁아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 연속 인상 여부가 주목된다. 가계와 기업 부채를 합하면 5000조원에 육박하고, 차입자 4명 중 1명은 다중채무자라는 점에서 금리 인상은 민간 부채 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반면 원화 약세와 수입 물가 압력을 고려하면 인하 여력도 제한적이다. 정부와 여당이 내년 800조원 이상의 슈퍼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통화정책과 긴장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반도체 특별회계 신설, 전기차 보조금 확대, 지방 국립대 무상 교육 등은 성장 동력 확보와 지역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하지만, 확장 재정이 물가와 부채에 미칠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공동 인수 제안설이 제기됐다. 산업부는 사실을 부인했지만, 한국의 원전 시공 능력을 활용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쿠팡에 대한 공정위 현장조사가 업체 반발로 무산된 사상 초유의 일도 규제 당국의 집행력과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의 실체 규명 필요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IMF는 인공지능 투자가 미국 밖으로 확산하며 세계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란 경제가 트럼프 행정부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관측처럼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성장 전망의 복병이다.

결국 한국 경제는 금리, 환율, 부채, 재정, 통상 등 여러 정책 목표가 충돌하는 국면에 있다. 슈퍼예산이 단기 부양에 그치지 않으려면 반도체·AI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동시에 가계·기업 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고, 무역 갈등과 에너지 불안에 대비한 공급망 완충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책 당국은 확장과 긴축, 성장과 안정 사이에서 근거 없는 낙관보다 데이터에 기반한 균형 감각을 보여줘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