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 급등과 통상 리스크, 한국 경제의 복합 대응 필요
미 국채 금리 급등과 미·캐나다 관세 갈등 등 대외 리스크 속에 한국은 전력망 예타 면제, AI·반도체 투자, 바이오 기술 수출 등 산업 전환을 추진 중이다. 재정 속도전과 가계부채 관리, 정책 일관성이 관건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는 미국 국채 금리 급등과 주요국 간 통상 갈등이 동시에 전개되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8월 18일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5.33%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는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을 2주 만에 0.11%포인트 끌어올려 연 6.56%에 이르게 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현재 재정 운용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약 3년 안에 미국발 부채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금과 비트코인 등 비부채성 자산 비중 확대를 권고했다. 채권시장이 보내는 이른바 ‘5% 청구서’는 단순한 금리 상승이 아니라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각국 정책 당국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동시에 북미 지역에서는 미국과 캐나다가 자동차·철강 등을 둘러싼 맞불 관세를 주고받으며 전통적 동맹의 경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년 1월부터 캐나다산 자동차와 트럭, 부품, 철강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이란 리알화는 미국의 추가 경제 제재 발표를 앞두고 사상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러한 통상·지정학 리스크는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간접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14조 원 규모의 국가기간 전력망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 호남권에서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송전선로 구축 기간을 약 18개월 단축하기로 했다. AI·반도체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 속도전으로 평가되지만, 재정 건전성과 지역 수용성 등 점검이 병행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재계 총수와 잇따라 만나 AI·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를 독려하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LG이노텍이 모듈 중심에서 AI 서버용 반도체 기판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며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0% 급증했고, 한미약품은 로슈 자회사 제넨텍에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3조 2천억 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연 매출 44조 원 규모의 키트루다 복제약 시장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었다. 법률 측면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제3자 적립 마일리지 결제액의 부가가치세 과세에 관한 판결을 내려 유통·항공 등 마일리지 운영 기업의 세무 처리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일본이 비핵심 사업 매각에 대한 세제 혜택을 검토한다는 소식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한국 경제는 대외 금리·통상 충격과 대내 산업 전환 과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국면에 놓였다. 단기적으로는 가계부채 총액 관리와 환율 변동성 완화가 시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력망·반도체·바이오 등 성장 인프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다만 재정 투입 속도가 빨라질수록 사업 타당성과 재원 조달 방식을 투명하게 검증하는 절차가 뒷받침돼야 한다. 시장의 신뢰는 금리나 관세보다 정책의 일관성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때다.
지금 보고 계신 페이지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이메일은 선택입니다.
/opinion/e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