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일본·유럽 주요국 장기금리도 수십 년 만의 고점으로 치솟았다. 중동발 유가 불안과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 미국 40조달러에 달하는 연방 부채와 일본 재정 우려가 겹치며 글로벌 채권시장 매도세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는 단순한 금융시장 조정을 넘어 가계·기업·정부의 자금조달 비용을 끌어올려 실물경제 전반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가 역대 최고 수준인 3.27%까지 오르며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또는 매파적 동결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800조원 이상으로 편성하면서 각 부처에 총 9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KTX 노인 할인 축소 등 민생과 직결된 항목까지 삭감 대상에 오르면서 재정 긴축의 후폭풍이 가시화하고 있다. 대미 3500억달러 투자 확정 지연을 둘러싼 통상 긴장도 대외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기업 부문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10년 만에 전면 파업을 예고하고 포스코 노사 임금협상도 결렬되며 공급망과 수출에 차질이 우려된다. 한미훈련 축소와 대미 투자 지연 보도는 지정학적·통상적 리스크를 동시에 자극한다. 반면 엔비디아가 스페이스X에 210억달러 지분 투자를 공개하고, 앤트로픽과 스페이스X의 2026년 IPO 경쟁이 예측시장에서 거론되는 등 일부 기술·우주 분야에서는 대규모 자본 유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본 집중은 장기채 금리 상승과 AI 인프라 투자 비용 부담이라는 거시적 제약 속에서 지속 가능성을 시험받게 될 것이다.

채권시장의 압박은 월가의 정책 기대와 메인스트리트의 체감 금리 사이 간극을 드러낸다.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 재정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신뢰가 훼손될 경우 장기금리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각국 정부는 확장적 재정과 긴축적 통화의 혼합 정책이 낳는 부작용을 직시하고, 지출 구조조정과 성장 동력 확보를 병행하는 균형 잡힌 대응에 나서야 한다. 금리 상승기일수록 취약 차주와 중소기업에 대한 선별적 지원,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노사 협상 타결 노력이 병행되어야 실물경제의 연착륙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