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케빈 워시 의장이 취임 100일만에 첫 잭슨홀 미팅 기조연설에서 강한 매파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미국의 높은 물가상승률을 "우려스럽다"고 규정하고,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로 유의미하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 추가 금리 인상 등 대응에 나서겠다고 시사했다. 시장이 낳고 기른 금리 인하 기대감은 사실상 폐기된 셈이다. 특히 워시 의장은 포워드 가이던스가 "명확성을 추구하려다 모호함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이를 폐기하고, 양적완화 자제 등 통화정책 7대 원칙을 제시했다. "연준은 겸손해야 하지만 결코 순진해선 안 된다"는 그의 발언은 물가안정이 연준의 순수한 임무임을 재확인한 것으로 읽힌다. 아울러 AI를 경제와 통화정책 운용에 영향을 주는 새 변수로 명시한 점도 향후 정책 프레임의 변화를 예고한다.

국내 통화정책도 같은 방향으로 기울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3.00%로 올렸다. 두 달 연속 인상이라는 이례적 행보다.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반도체 수출 호조로 경제성장세가 견조해지고 성장률 전망치가 3.3%로 상향된 점이 인상의 배경이다. 한은은 "향후 6개월간 완만한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며 추가 인상도 예고했고, 물가와 집값을 '호미로 막겠다'는 선제 대응 의지를 내비쳤다.

문제는 그 이면에 있다. 사상 처음 20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는 금리 인상의 그림자를 짙게 만든다. 금리가 오를 때마다 이자부담은 가계 가처분소득을 갉아먹고, 소비와 건설경기, 금융시스템 안정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성장률 상향이라는 순풍이 있었기에 인상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부채의 무게는 성장 둔화 국면에서 더 무겁게 작용한다.

결국 통화당국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플레이션 퇴치가 완료되기 전까지 정책의 방향은 인하가 아닌 상태 유지 혹은 추가 인상 쪽에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금리 인하 기대에 기운 투자 행태를 재점검해야 하고, 정부와 금융권은 취약차주 지원과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병행해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 물가 안정이라는 지상 과제와 성장·부채 부담 사이의 줄타기가 이제 본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