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노동조합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교섭 거부를 처벌 대상으로 명문화한 이래 헌재가 이 조항의 위헌 여부를 처음으로 판단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는 사업주가 교섭 테이블에 나오지 않아도 손해배상이나 부당노동행위 구제 절차를 거치는 동안 시간을 벌 수 있었고, 그 지연 자체가 노조의 교섭력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쓰여 왔다. 헌재가 형사처벌 조항의 정당성을 다시 확인함으로써 이런 지연 전략의 법적 근거가 좁아졌다.

이번 결정의 실질적 의미는 처벌 가능성이 이제 추상적 위협이 아니라 확정된 규범으로 굳어졌다는 데 있다. 헌재가 위헌 소지를 지적했다면 사업주들은 항고나 재심을 근거로 교섭 회피를 정당화할 여지를 얻었을 것이다. 그 가능성이 사라진 지금, 교섭을 미루던 기업들은 형사 리스크를 실제 경영 변수로 계산에 넣어야 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권 인정 결정을 환영하며 밝혔듯, 헌재가 최근 잇달아 내놓은 판단들은 절차적 권리를 형식이 아니라 실질로 보장하라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형사처벌 조항의 존재만으로 교섭 문화가 저절로 바뀌지는 않는다. 처벌 요건인 '정당한 이유 없는 거부'의 판단 기준이 사건마다 달라질 수 있고, 수사기관과 법원이 이를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조항의 실효성은 갈린다. 기업 규모나 업종에 따라 교섭 지연의 동기와 방식이 다른 만큼, 획일적 잣대로는 오히려 현장의 반발만 키울 위험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교섭 거부 사건에 대한 수사·기소 기준을 구체화해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위원회 역시 부당노동행위 구제 절차와 형사 절차 사이의 시간차를 줄여 처벌 조항이 실제로 작동하는 억지력이 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판단은 나왔고, 이제 그 판단을 현장에 적용할 책임은 정부에 남았다.

헌재 합헌, 미룰 명분 사라졌다 — MacroPulse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