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 '돈 걸기', 전환점이 되려면 삶의 조건부터 바꿔야
정부가 결혼 100만 원, 출산 최대 2천만 원 지원, 지방 국립대 등록금 전액 면제 등 청년·출산 지원 예산을 43조3천억 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헌재는 외국인 아동의 즉시 출생등록권도 인정했다. 대규모 재정 투입이 저출산 전환점이 되려면 일자리·주거·돌봄 등 삶의 조건 개선과 보편적 아동 권리 보장, 기후위기 대응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가 내년부터 결혼한 부부에게 100만 원을 지급하고, 출산 시 자녀 1인당 최대 2천만 원의 '아이맞이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청년 성장 단계별 지원 예산도 올해 28조2천억 원에서 내년 43조3천억 원으로 53.5% 증액해 0세부터 34세까지 1인당 최대 약 2억 원의 혜택을 제공한다. 여기에 지방 국립대 30곳 신입생 등록금 전액 면제, 지방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 대한 월 최대 100만 원 지원까지 더해졌다. 저출산과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정책적 무게를 실은 대규모 투자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배경에는 절박한 현실이 있다. 인접 중국조차 작년 출생률이 한해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5.9%에 달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이 시간이 없다는 위기감을 정부가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정책의 실효성은 돈의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수험생 64%가 '등록금이 면제돼도 지방대에 가지 않겠다'고 응답한 설문은 지방대 기피의 뿌리가 비용이 아니라 일자리와 진로, 정주 여건에 있음을 보여준다. 결혼·출산 지원금 역시 주거·돌봄·노동시간 같은 삶의 조건이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우려가 있다. 장학금 환수 조건 등 세부 설계가 수혜자에게 부담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면밀한 검토도 필요하다.
한편 헌법재판소가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도 국적과 체류자격과 관계없이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가 있다고 판결한 것은 아동 권리 관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인구 정책이 '숫자 늘리기'에 머물지 않으려면 이 땅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동이 기록되고 보호받는 보편적 권리 체계와 맞물려야 한다.
또 네팔에서 빙하 붕괴로 수백 명이 사망·실종된 참사는 기후위기가 인구 문제 못지않게 세대 간 정의의 문제임을 일깨운다. 가뭄과 반도체 수요에 대응한 5개 신규 댐 건설도 수자원 안보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기반한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 거대한 재정 투입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원의 일관성과 삶의 질 개선이 뒷받침될 때, 이번 정책 패키지가 저출산 추세를 꺾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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