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한국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 규정이 없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부모의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이 땅에서 태어난 아동의 존재를 국가가 기록하지 못하는 구조는 아동의 기본권은 물론 통계와 정책 수립의 기초를 흔든다. 출생통보제 시행으로 국내 아동의 미등록 문제가 해소된 것과 대비할 때, 외국인 아동에 대한 사각지대는 그대로였다.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가 이미 다문화 사회로 나아갔다는 사실을 제도가 뒤늦게 인정한 결과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출생 통계에서도 읽힌다. 상반기 출생아가 1만9천명 늘어 7년 만에 합계출산율 0.9명대 회복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반가운 흐름이지만 여전히 인구 유지선에 크게 못 미치며,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엔 역부족이다. 출산을 넘어 양육·의료·노후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 지원 체계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의료 분야의 움직임도 주목할 만하다. 의료혁신위원회가 거동이 어려운 이를 위한 방문진료와 재택간호, 재택임종 수가 개발을 권고한 것은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일차의료 혁신의 신호탄이다. 다만 의료개혁 1·2차 과제가 동시에 추진되는 가운데 건강보험 준비금이 2029년경 소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재정 지속가능성과 접근성 확대 사이의 균형이 남은 과제다.

노후 설계의 공백도 커지고 있다. 정년까지 근로를 지속하는 근로자가 13%에 불과하고, 평균 퇴직 연령은 남성 53세·여성 51세에 그친다. 고령 근로자가 월급을 덜 받더라도 일자리를 유지하겠다고 바라는 현실과 노사 협상의 평행선 사이에서, 퇴직 후 재고용 방안과 연금 수급 구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국민연금 부양가족 추가 지급을 둘러싼 논란 역시 수급 기준의 합리적 재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읽힌다.

기후 재난은 국경을 넘는다. 네팔 빙하 붕괴로 인한 대홍수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력발전소 현장에 있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연락두절 상태다.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과 기업들이 구조에 나섰지만, 해외 현장의 안전관리 체계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 국내에서도 가뭄과 극한 호우에 대비한 1억3천만톤 규모의 5개 신규 댐 건설이 16년 만에 공식화됐다. 수자원 확보와 지역 수용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 제도는 변화한 사회를 따라가야 한다. 출생등록부터 의료, 노후, 재난 안전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 곧 지속가능성의 조건이다.

변화하는 사회의 얼굴에 맞춰 제도를 다시 그려야 — MacroPulse 오피니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