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신뢰의 균열, 사각지대부터 메워야
최근 사회면은 제도 신뢰의 균열을 보여준다. 경찰 견제, 이태원참사 소방관 희생 인정, 정비사업 권한 갈등, 의료·연금 사각지대, 사법 판단 등을 짚으며 공적 시스템의 실행력을 촉구한다.
최근 사회면의 공통 키워드는 제도 신뢰의 균열이다. 장윤기 사건과 장미란 실종 사건으로 경찰 수사 무능·부패가 드러나자 정부·여당은 공룡경찰 견제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과 디지털 성범죄 원점 타격을 주문했다.
그러나 발표만으로 신뢰가 회복되지는 않는다. 이행 속도와 실효성이 관건이다. 이태원참사 특조위가 구조·구급 활동 뒤 PTSD로 사망한 소방관 2명을 참사 희생자로 처음 인정한 것은 공적 임무의 정신적 후유증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원칙을 확인한 사례다.
다만 뒤늦은 인정은 유족에게 온전한 위로가 되기 어렵다. 현장 공무원의 정신건강 관리 체계를 사전에 갖춰야 한다. 정비사업 인허가 권한을 둘러싼 서울시와 구청 간 갈등은 행정 일관성 부재가 주민 희생으로 이어지는 전형이다. 500세대 이하 권한 이양 추진에 서울시가 반발하면서 창신·북아현 등 현장이 표류하고 있다. 권한 조정 과정에서 최우선은 주민의 예측 가능성과 재산권 보호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간 이견을 조정할 중립적 절차가 필요하다. 의료 안전망의 구멍도 확인됐다. 강남의 한 치과에서 8개월 사이 환자 2명이 사망했지만 관할 구청은 언론 보도로 뒤늦게 인지했다. 독감 무료접종 연령 확대와 노인 공적연금 소득 증가는 긍정적이지만, 연금 수급 노인 912만 명 중 절반이 월 50만 원 미만을 받는 현실은 여전히 최소 생계에 미달한다. 예방적 보건 행정과 노후 소득 보장의 사각지대를 함께 메워야 한다. 사법부 판단도 주목된다. 대법원은 동의 없는 혈액 채취를 음주운전 증거로 쓸 수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수사 편의보다 기본권 보호를 우선한 결정은 적법절차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만 음주운전 단속 실효성 저하 우려에 대한 보완 입법이 병행돼야 한다. 구현모 전 KT 대표의 1심 무죄는 증거 부족이라는 한계를 보여준다. 하청 인사 개입 같은 관행을 차단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해외 사례도 경고를 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백신 미접종자 2명이 홍역으로 사망했고, 케냐 간호사들은 임금과 노동 조건을 이유로 파업 중이다. 감염병 대응과 보건 인력 처우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독감 접종 확대와 함께 백신 신뢰 회복, 의료 인력의 지속 가능한 근무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결국 공적 시스템이 국민의 생명·안전·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작동하는지가 핵심이다. 제도는 한번 무너지면 회복 비용이 더 크다.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라 사각지대를 인정하고 신속히 메우는 실행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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