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한 달여 만에 이란 라라크섬을 다시 타격하자 이란은 31일 요르단 내 미군 기지 두 곳을 즉각 공습했다. 이 한 수는 이번 전쟁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지금까지 교전은 이란과 미군 사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좁은 무대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이란이 제3국 영토의 미군 기지를 겨냥하면서 전선은 걸프 밖으로 번졌다. 이란혁명수비대가 해협 통제권을 자임하고 미국이 봉쇄로 맞서는 대치는 반년을 끌어온 익숙한 구도지만, 요르단 타격은 그 구도에 없던 변수다.

근거는 명확하다. 미국은 라라크섬의 로켓 발사대를 겨냥했다고 밝혔고, 이란은 그 직후 요르단 기지 두 곳을 공격했다고 확인했다. 공격과 보복이 하루 안에, 제3국 영토를 매개로 맞물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날 키이우 인근 탄약고 타격으로 최소 38명이 숨졌다는 소식과 미·러 3자 정상회담 카드가 다시 거론된다는 소식이 겹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워싱턴은 두 전선에서 동시에 출구를 찾아야 하는 처지이고, 벤트 재무장관이 G20에서 관세·이란전·채권시장 불안을 한꺼번에 방어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 부담의 크기를 보여준다.

다만 이를 곧바로 전면전 신호로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요르단은 미군 주둔지일 뿐 직접 당사국이 아니며, 걸프 국가들은 미국 안보 우산을 대체하기보다 보완하는 다층 협력체를 짜는 중이다. 이란으로서도 요르단 타격은 확전 선언이 아니라 협상 지렛대를 늘리려는 계산된 도발일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제3국 영토가 전장으로 편입됐다는 사실 자체는 억지력의 경계선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며, 계산 착오 하나로 걸프 전체가 말려들 위험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뜻이다.

정부는 원유 수급 비상계획을 재점검하고 호르무즈 통항 리스크에 대비한 대체 물류선을 실무 차원에서 확정해야 한다. 외교부는 중동 진출 기업과 교민의 안전 대응 체계를 요르단·걸프 전역으로 확대 점검하고, 확전이 국내 에너지·물가에 미칠 파급을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