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미국·이스라엘 간 전쟁이 6개월을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 주 안에 끝날 것이라 장담했지만 전쟁은 소모전 양상으로 흘러, 열렸던 호르무즈 해협은 되레 경색 국면에 놓였다. 테헤란은 중재국 요청에 따라 해협 개방 조건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걸프 경제와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가중되고 있다. 아랍권 국가들은 정권 붕괴 없이 지속되는 소모전 앞에서 난감한 선택에 직면했다.

유라시아 반대편에서는 러시아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키이우 인근 민간 주택과 물류창고가 피격되어 사상자가 발생했고, 우크라이나는 미제 패트리엇 확보의 반복된 좌절에도 불구하고 유럽제 무기를 활용해 도네츠크 방어와 러시아 무기 수송망 차단에 나섰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스톰섀도 미사일 국내 생산을 지원한 영국을 향해 "군사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NATO와의 긴장을 높였다. 다만 서방 당국자들은 모스크바가 직접적 군사 충돌은 피하되 하이브리드 활동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정세는 한반도에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실전 경험을 쌓으며 전력을 갈고닦고 있고, 러시아·중국과의 연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전략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암묵적 북핵 용인, 종전선언,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미일 안보 협력의 방향이 시험대에 올랐다. 푸틴 대통령이 SCO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주석과 가스관 협의를 벌이는 등 러·중 밀착도 심화되고 있다.

중동에서는 가자 휴전이 '붕괴 위기'라는 경고가 나오고, 요르단강 서안 옌린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긴장이 이어진다. 전 세계 안보 위기가 동시다발하는 배경에는 강대국 간 신뢰의 붕괴가 있다. 질서의 균열 속에서 전쟁은 장기화되고, 그 비용은 민간인과 중견국이 지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과 수출 시장이 세계 정세에 직결되는 경제 구조상 호르무즈 사태와 유라시아 긴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군사적 대응과 함께 외교적 돌파구를 병행해야 하며, 특히 한반도 문제는 대미 외교와 자주적 안보 역량의 균형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 동맹 조정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 이익이 상충되지 않도록 촘촘한 의사소통이 요구된다.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원칙과 준비가 곧 생존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