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무역전쟁 격화와 확산하는 경제 블록화, 한국의 대응 과제는
미국과 캐나다가 자동차·철강 등에 고율 관세를 주고받으며 북미 무역전쟁이 전면화됐다. 미국은 중국 과잉생산 관세, 이란 전방위 제재, 대규모 비자 취소까지 예고하며 경제 안보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 공급망 다변화와 통상·에너지 전략 재편이 시급하다.
미국과 캐나다 간 무역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산 자동차·부품·철강에 대한 관세를 내년 1월부터 50%로 올리겠다고 예고했고, 캐나다 정부는 약 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700여 개 품목에 15~50%의 보복관세를 9월 8일부터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체제 아래 긴밀했던 양국이 상호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상황은 글로벌 공급망과 교역 질서에 중대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이번 갈등은 단순한 통상 마찰이 아니라 미국의 대외 경제정책이 동맹국까지 예외로 두지 않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뿐 아니라 중국의 과잉 생산을 겨냥한 7.5% 관세 부과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이란에 대해서는 개인 송금, 학술·체육 교류까지 차단하는 그물망식 제재를 발표하고,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까지 제재하겠다는 이른바 ‘경제적 디데이’를 예고했다. 시리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조치도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외정책이 빠르게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간접적 파장을 줄 수 있다. 우선 북미 무역전쟁으로 자동차·철강 등 주력 산업의 글로벌 수요와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들도 비용 증가와 수출 감소 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미국이 캐나다산 자동차에 50% 관세를 매기면 북미 생산기지의 가동률과 부품 조달 구조가 바뀌면서 한국 자동차·부품 업체의 대응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중국에 대한 과잉 생산 관세는 미·중 갈등을 다시 부추겨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도 불확실성을 더한다. 이란 제재 강화는 중동 지역 정세 불안과 유가 변동성을 키워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불어 미국이 사상 최대 규모로 최대 20만 명의 외국인 비자를 취소할 것이라는 보도는 인적 교류와 첨단 기술 인력 확보 측면에서도 글로벌 인재 이동의 장벽이 높아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이 미국 내 인력 운용이나 기술 협력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현재의 국제 정세는 자유무역과 다자 협력의 후퇴, 경제 안보의 전면화, 동맹과 적대 구도의 유동화라는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한국은 특정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공급망 다변화, 통상 협상력 강화, 중동 정세 변화에 대비한 에너지 안보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의 통상 압박이 동맹국을 가리지 않는 만큼, 양자 협상과 다자 연대를 병행하는 정교한 외교적 대응이 필요하다. 단기적 충격을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변화하는 글로벌 교역 질서 속에서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재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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