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정세는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과 중동·유럽의 안보 불안이 교차하며 요동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다시 살아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올해 안에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며 양자 관계가 좋다고 언급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11월 중국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회담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미 대화가 미국의 대선 국면과 맞물려 재가동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회담 성사 여부는 불확실하다. 북한은 그간 대미 협상에서 실질적 제재 완화와 체제 안전 보장을 요구해 왔고,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조치를 선행 조건으로 내세워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핵무기 보유 수량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압박한 점은 협상의 간극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동시에 한미 연합훈련 축소가 전작권 전환 일정에 미칠 영향도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 요구 이후 을지프리덤실드(UFS) 연습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보도는 연합방위 태세와 동맹 신뢰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한국 정부로서는 북미 대화 재개를 환영하되, 한미 연합훈련의 실효성과 전작권 전환 로드맵을 훼손하지 않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5년 만의 방한은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외교 지형이 복잡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종전 당사자 논의 구상 등이 오갈 경우, 북미 간 협상뿐 아니라 남북미중 4자 구도의 역학도 재편될 수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자국의 역할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한국은 미중 경쟁 속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라는 원칙을 중심으로 외교적 입지를 다져야 한다.

한편 국제사회의 안보 불안은 한반도를 넘어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서 드론 폭발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IAEA 발표는 전쟁 중 원자력 시설 안전의 취약성을 다시 일깨웠다. 이란과 미국의 긴장도 고조되어, 이란이 전쟁 확대 시 유럽 내 미군 자산 타격을 검토했다는 보도는 중동발 위기가 유럽 안보로 번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미국이 국제형사재판소(ICC) 수장과 재판관을 제재한 조치 역시 국제법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규칙 기반 국제체제의 균열을 심화시킨다.

이처럼 국제 정세는 대화와 대립이 교차하는 불확실성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북미 정상회담 추진설은 한반도 긴장 완화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성급한 기대보다는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검증 가능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정부는 동맹과의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소통을 병행해 외교적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국제사회의 다중 위기 속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일은 어느 때보다 냉정한 전략적 판단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