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다시 5% 선을 위협하며 글로벌 자금 시장이 살얼음판에 진입했다. 바로 전날 한국 정부가 텍사스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비롯한 대규모 대미 인프라 투자를 확정한 상황에서 터져 나온 심각한 경고음이다. 저금리와 환율 안정의 착시에 기댄 채 수십조 원의 자본을 해외 발전 시장에 쏟아붓는 방식은 위험천만하다.

> 초고금리 장기화의 충격파가 재점화된 현실에서 금융 비용 통제 없는 해외 인프라 확장은 치명적 덫으로 전락한다.

정부는 2000억 달러 규모로 조성하는 대미투자펀드의 70% 이상을 발전 및 원전 사업에 투입하기로 하고, 9월 7일 텍사스 엔시날 사업에 223억 달러(약 29조9200억 원)를 투입하는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를 공식화했다. 미국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겨냥해 안정적 수익을 거두겠다는 계산이나, 사업의 전제조건인 금융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고 미 10년물 국채 금리마저 5% 돌파를 눈앞에 두면서 대규모 차입에 수반되는 이자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게 된다. 조달 비용 계산이 어긋나는 순간 수십조 원의 설비 투자는 회수 기간을 기약할 수 없는 장기 부실로 둔갑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인근 데이터센터와의 장기 전력 판매 계약이 담보되어 있고 원·달러 환율이 1330원대로 내려앉아 투자 여건이 개선되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고금리 환경에서 급증하는 비용은 운영 수익을 단숨에 잠식하고도 남는다. 더욱이 162조 원 규모의 국내 미래대응기금이 5년 뒤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내부 곳간에 비상이 걸린 처지에 해외 설비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묶어두는 것은 자원 배분의 심각한 왜곡이다. 해외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조달 위험이 국내 외환·금융 건전성으로 전이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장밋빛 전력 수요 전망에 취해 무리하게 추진하는 대미 투자 집행 속도를 즉시 재조정하고 자금조달 구조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외교적 성과에 급급해 고금리 부채로 위험을 떠안는 구조를 방치해서는 안 되며, 금리 급등 시의 시나리오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의무화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와 금융당국은 국내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출자 규모를 엄격히 제한하고 조달 금리 상한선을 설정하는 통제 장치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

더 생각해봐야 할 이야기

시사 이슈를 깊이 이해하기 위한 심층 토론 질문 (Thinking Points)

  1. 1

    대미 인프라 펀드의 자금 조달 리스크와 적정 속도

    고려할 관점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5%에 육박하는 환경에서 2000억 달러 규모의 펀드 중 70%를 대규모 시설 자금이 필요한 발전 사업에 투입하는 것이 타당한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라는 기대 이익과 천문학적 차입 이자 비용의 상충 관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2. 2

    국내 미래 재원 고갈과 대외 투자 우선순위의 충돌

    고려할 관점
    국내 162조 원 규모 미래대응기금의 조기 고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본을 해외 인프라에 우선 배분하는 선택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국내 산업 고도화와 공급망 안보를 위한 대외 투자 간의 균형점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3. 3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발과 통화·재정 정책의 딜레마

    고려할 관점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선제적 금리 인상 속에서 일시적 원화 강세와 환헤지 중단 조치가 대외 충격에 충분한 방어벽이 될 수 있는가? 긴축 재점화가 대외 부채 조달 및 환율 변동성에 미칠 2차 파급 효과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