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이 821조 예산의 전제를 흔든다
9월 2일 정부가 반도체 세수 194조 원을 근거로 역대 최대 821조 원 예산을 편성했으나, 같은 날 미국의 반도체 표적관세 예고가 그 세수 기반을 직접 위협한다. 브렌트유 배럴당 94달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4.8% 급등까지 겹쳐 확장재정의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관세 시나리오별 세수 충격 추계를 국회에 즉시 제출해야 한다.
9월 2일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인 821조 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던 바로 그날, 미국 상무장관은 반도체 제품을 겨냥한 대규모 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고 공식 예고했다. 같은 날 겹친 두 사건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의 노출이다. 정부가 예산의 정당성을 세운 전제와, 그 전제를 허무는 힘이 동시에 얼굴을 내밀었다.
821조 원 예산의 뼈대는 반도체 호황에서 비롯된 194조 원의 세수 급증이다. 증가율 12.8%는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적극 재정을 펼쳤던 2009년을 뛰어넘는 수치로, 정부 스스로 반도체 특수를 이 예산의 근거로 내세웠다. 그런데 미국 상무부가 예고한 '목표를 정확히 겨냥한' 반도체 관세는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의 대미 수출 원가를 직접 올리는 장치다. 관세가 현실화하면 기업 수익성이 꺾이고 법인세 수입이 줄어드는 경로는 논리적으로 자명하다. 세수 기반이 흔들리면 821조 원의 지출 계획 전체가 허공에 뜬다.
미·이란 무력 충돌 재개로 브렌트유가 배럴당 94달러를 넘어선 것도 같은 날의 일이다. 연준 매파 인사들은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금리를 다시 올려야 한다고 밝혔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8%까지 치솟아 일본과 유럽으로 채권 매도세가 번지고 있다. 한국 국고채 시장이 이 충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올릴지 내년에 올릴지조차 내부에서 엇갈리는 상황이다. 대규모 국채 발행을 수반하는 확장재정의 비용이 이 금리 환경에서 얼마나 불어날지, 정부는 아직 답을 내놓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반도체 관세 시나리오별 세수 충격 추계를 국회에 즉시 제출해야 한다. 역대 최대 규모 예산을 편성하면서 그 세수 기반이 무너지는 경우를 공개 검증하지 않는 것은 재정 책임의 포기다. 확장재정 자체를 탓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납세자에게 821조 원의 쓰임새를 설명하기 전에, 정부는 그 돈이 실제로 들어올 수 있는지부터 먼저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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