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국 연준 의장의 첫 잭슨홀 무대는 매파 경고와 장기 성장 선언이 함께 나온 이중주였다. 그는 지난 28일 높은 물가를 경계하며 9월 인상을 시사했고,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가 아니라 장기 성장의 새 시기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저축 과잉'이 '투자 급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등 투자 수요가 폭발해 돈이 남아돌지 않는 시대에는 높은 금리가 일시적 경계가 아니라 새 기준값이 된다. 시장이 9월 인상 확률을 63%까지 끌어올린 것은 연설의 어조가 아니라 이 구조 전환을 읽어낸 결과다.

이 전환은 이미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한때 2.95%를 찍어 3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같은 날 엔화가 다시 약세로 돌아선 것을 문제 삼으며 일본이 엔화 강세를 위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혀 9월 일본은행 인상을 시사했다. 약세 화폐에 관대하던 워싱턴이 엔 강세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저금리 경쟁의 시대가 닫혔다는 신호다. 유럽중앙은행까지 9월 인상을 거론하는 관측이 나오는 동안 한국은행은 이미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올린 뒤다. 기업은 정부보다 빨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달 31일 일본에 하이닉스 메모리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한·일이 경제 블록을 형성할 때'를 짚었고, LG에너지솔루션은 1일 미국 스맥오버와 탄산리튬 장기 공급 계약을 맺어 북미 공급망을 다졌다. 돈값이 오르는 세계에서 대형 투자의 성패는 금리보다 먼저 원료와 입지 확보에 달린다.

물론 반론이 있다. 잭슨홀 연설을 '매파'로만 읽는 것은 착각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장기 성장 낙관은 긴축의 지속이 아니라 수요의 건강함을 반영할 수 있고, 내수가 약한 한국이 연준을 그대로 따라가면 성장만 짓누를 수 있다. 그러나 이 논리는 일본을 빠뜨린다. 일본은행 인상과 엔화 강세가 겹치면 수십 년째 이어진 엔 캐리 트레이드가 풀리면서 글로벌 자금이 한꺼번에 고향으로 돌아간다. 원·엔·달러가 동시에 출렁일 때 정책 공백을 보이면 시장은 그 공백을 프리미엄으로 청구한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연준의 보조를 맞추는 기계적 인상 대신 가계부채는 거시건전성 규제로 다루고 외환 방어에 쓸 유동성을 미리 쌓는 정교한 대응 원칙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와 여야는 이런 해외 배치가 국내 투자 공동화로 읽히지 않도록 반도체와 배터리에 대한 세제 지원과 정책금융을 이번 국회에서 제도화해야 한다. 저금리 시대의 종언은 예고 없이 오지 않았다. 워시의 연설이 통보문이었고, 이제 남은 일은 한국의 준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