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8월 31일 대법원이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에게 격려금 명목으로 매달 수백만 원씩 현금을 지급해 온 사실을 적발했다. 4년간 13억 원에 이르는 부당 지급이다. 남을 심판하는 기관일수록 권위는 강제력이 아니라 신뢰로 유지되는데, 그 신뢰는 예산 한 줄의 방만에서도 금이 간다. 사법부가 국민을 설득하는 힘은 판결문의 문장에 앞서 스스로를 절제하는 태도에서 나온다.

적발된 12건은 금액보다 결이 무겁다. 특활비가 폐지된 뒤에도 같은 돈을 명목을 쪼개 월 수백만 원씩 흘렸고, 전체의 3분의 1인 6100여 대의 PC를 창고에 방치했으며, 운영체제 업그레이드 비용 6.5억 원을 중복 지출하고 여비마저 부풀렸다. 규정을 바꿔도 집행 관성이 살아 있으면 돈은 다른 이름으로 다시 흐른다는 뜻이다. 감사원 적발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 삭감이 불가피해졌다. 같은 날 법원은 통일교 한학자 1심에서 대선을 교세 확장의 기회로 삼아 정치적 영향력을 넓힌 범행이라고 질타하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타인의 유착을 다스리는 문장에 무게를 실으려면 심판하는 쪽의 손이 먼저 깨끗해야 한다.

감사원의 사법부 예산 감사가 사법 독립을 침해한다는 반론이 따를 것이다. 예산의 자율성은 헌법이 보장한 사법 독립의 물질적 기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독립은 낭비의 면죄부가 아니다. 이번처럼 외부 감사가 들어와야 드러나는 구조라면 사법부는 감사가 있을 때마다 독립 논쟁에 휘말리는 부담을 감아야 한다. 자정이 늦어질수록 감사원의 손길이 사법부 안쪽까지 닿을 근거가 쌓인다. 스스로 기준을 세워 지키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외부의 손을 막을 명분이 생긴다.

대법원은 지급된 금액을 환수하는 동시에 누가 집행 지침을 어겼는지 책임을 가려 밖으로 밝혀야 한다. 법원행정처는 같은 지출이 다른 이름으로 되살아나지 못하도록 내부 통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국회는 정기국회 예산 심사에서 방만한 부분을 삭감하되 재판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반은 지켜, 사법 독립이 예산 협상의 카드로 팔리지 않게 해야 한다. 격려금이 아니라 절제가 사법부의 권위를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