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국제수학자대회(ICM 2026)에서는 ‘AI 시대, 수학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이는 비단 수학에만 국한된 질문이 아니다. 인류는 지금 전례 없는 과학기술 발전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으며, 이 속에서 과학의 본질적 목적과 책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인류의 과학적 야심은 미지의 영역을 향해 끊임없이 뻗어 나가고 있다. 8년간의 대장정 끝에 수성 궤도 진입을 앞둔 베피콜롬보 탐사선, 낸시 그레이 로만 우주망원경의 여정 시작, 2030년과 2031년 순차 발사될 국토위성 3·4호 개발 계획 등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탐구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동시에 인공지능(AI)은 과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예일대 물리학과 학과장은 AI가 과학적 발견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인간 고유의 탐구 영역과 가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지적한다. 화학요법 부작용을 줄이는 실로시빈 연구나 식물 성장을 돕는 유전자 변형 미생물 개발은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하려는 과학의 실용적 가치를 증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눈부신 진보의 이면에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들이 도사리고 있다. 2026-27년 엘니뇨가 역대 최강 수준으로 발달할 것이라는 경고는 기후 변화가 더 이상 미래의 위협이 아닌 당면한 현실임을 일깨운다. 과학기술은 인류에게 막대한 힘을 부여했지만, 그 힘이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성찰 없이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 과학은 단순히 지식을 축적하는 행위를 넘어, 인류의 지혜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정부와 과학계는 단편적인 연구 성과나 기술 개발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이 인류와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거시적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AI와 같은 범용 기술의 발전은 사회 전반에 걸쳐 심도 있는 논의와 규범 마련을 요구하며, 기후 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자원 배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과학은 인류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그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