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인재, 선발보다 파이프라인이다
미국이 43억 달러를 들여 암흑에너지 탐사용 로먼 우주망원경을 발사한 가운데 한국은 연 1억 원씩 최고 과학자를 지원하는 국가과학기술자 제도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공계 인재 배출이 7년 만에 급감한 상황에서 선발 중심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대학원과 초기 연구자 정주 트랙까지 설계하고, 국회는 5년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이 43억 달러를 들여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을 추적할 로먼 우주망원경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렸다. 허블의 100배 시야각으로 하늘을 훑을 이 관측기는 하루아침의 성취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기초과학 투자와 인재 축적이 빚은 결과물이다. 한국 정부도 지난달 31일 세계 최고 과학자를 연 1억 원씩 최대 5년 지원하는 국가과학기술자 제도를 발표했다. 방향은 맞다. 그러나 시험대에 오른 것은 누구를 뽑을지가 아니라 뽑을 사람이 앞으로도 남아 있느냐다.
정부는 5년간 리더급 100명과 차세대 1000명을 선발하고, 과학장학생도 3000명에서 1만 명으로 세 배 늘린다. 우수 인재에 최대 5억 원의 연구비를 주겠다는 방침도 함께 나왔다. 대우를 갖추겠다는 의지는 환영할 만하다. 문제는 그물을 아무리 넓혀도 물고기가 줄면 잡을 것이 없다는 데 있다. 저출산 여파로 이공계 학·석·박사 배출 규모가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대학원 문이 좁아지는 속도가 선발 제도가 문을 넓히는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세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중국 민간 로켓 주퀴3호가 지난달 19일 재사용 발사에 성공한 것처럼 우주 개발은 이미 상용 경쟁에 접어들었다.
예산이 유한한 만큼 널리 퍼주기보다 뽑아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반론이 있을 것이다. 타당한 지적이다. 다만 수학자들이 최근 증명한 퍼콜레이션 법칙을 빌리면, 네트워크는 임계점을 넘는 순간 전체가 다른 행동으로 급변한다. 인재 생태계도 다르지 않다. 대학원이 비는 속도가 임계선을 넘으면 연구실이 먼저 닫히고, 길을 안내할 교수가 사라지면 큰 상금을 걸어도 돌아올 사람이 없다. 임계점은 예고 없이 지나간다.
그래서 정부는 국가과학기술자 제도를 상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자가 정주할 수 있는 임용 경로와 연구비의 다년간 지속성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국회는 5년 지원을 약속했다면 예산 심사 때마다 흔들리지 않도록 법적 근거를 다져야 한다. 로먼 망원경이 수십 년 뒤 우주의 비밀을 밝혀줄 것이라면, 한국의 과제는 그 시대의 비밀을 읽을 사람을 지금 남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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