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이 1일 내놓은 2027년 예산안은 1조 6,491억 원으로, 올해보다 5,290억 원 늘었다. 출범 3년 만에 규모가 두 배가 된 수치다. 누리호를 매년 발사하고 달 착륙에 도전하겠다는 계획과 겹치면, 정부가 우주를 전략산업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그러나 예산의 크기는 입장권일 뿐이다. 진짜 시험은 그 돈을 기술과 산업으로 바꾸는 집행 능력이다.

돈이 성과로 이어지려면 받쳐 주는 구조가 먼저 서 있어야 한다. 미국 항공우주국의 로만 우주망원경이 8월 31일 발사에 성공한 것은 수십 년의 설계와 검증이 쌓인 결과다. 같은 기관의 화성 프로그램은 사정이 다르다. 새 착륙선과 로버 없이는 헬기에 기대지 않을 수 없고, SR-1 Freedom에만 21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되는데 헬기 비용은 여기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세계 최고의 우주기관도 예산 제약 앞에서 선택과 집중을 강요받는다. 신약 개발에서조차 인공지능이 거대 화학 라이브러리를 적응적으로 선별해 후보물질을 찾는 기법이 발표되는 등 기술 경쟁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튀르키예가 아르테미스 협정에 서명하며 참여 국가가 늘어나는 지금, 기술 없이 자리만 지키는 나라는 대화에서 밀려난다. 한국이 예산을 두 배로 키운 것은 경쟁에 들어갈 자격을 채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예산 확대를 두고 과속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당장 성과가 보이지 않는 기초연구에 돈을 쓸 여유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같은 날 암흑물질 유력 후보 웜프의 흔적으로 불리는 신호가 관측됐고, 한국 연구팀이 그 탐사에 참여했다. 이 흔적이 진짜 발견인지는 검증이 더 필요하지만, 그 검증에도 시간과 돈이 든다. 기초과학은 답이 나오기 전까지 수십 년을 버텨야 하는 학문이다. 내년 정부 R&D 예산이 11.2% 늘어 지역과 기초연구 육성까지 계획에 담은 것은 방향이 맞다. 위험은 오히려 돈이 눈에 보이는 대형 사업에 쏠리거나 정치 일정에 맞춘 이벤트로 소비되는 데 있다.

정부는 예산 확대에 걸맞게 집행 인력과 민간 수주 구조를 정비해야 한다. 우주청은 누리호 연간 발사와 달 착륙 계획을 발사체 수요와 인력 양성에 연결해 산업이 스스로 돈을 굴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는 예산 심사에서 규모보다 성과 지표를 물어야 한다. 두 배가 된 예산이 두 배의 실력으로 남으려면, 돈을 쓰는 손이 먼저 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