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일 국무회의에서 2027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총지출 820조9000억원, 역대 최대다. 그러나 이 예산의 진짜 뉴스는 규모가 아니라 배치다. 정부가 늘어난 돈을 어디에 몰았는가를 보면 이 정부가 나라를 어디로 데려가려 하는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국방예산이 8.2% 늘어난 73조2777억원으로 편성됐고, 핵추진잠수함 개발 예산이 정기예산에 처음 반영됐다. 병역자원 감소에 인력이 아니라 첨단기술로 답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증액이 아니라 안보의 무게중심을 동맹 의존에서 자주 역량으로 옮기겠다는 전략을 재정 언어로 쓴 것이다. 국정원이 북미 정상회담이 언제든 가능하다고 보는 대화 징후와 겹쳐 보면, 분위기가 풀려도 자체 억지력에 베팅한다는 정부의 계산이 읽힌다.

시간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같은 날 국회는 100일 정기국회를 열었고, 개각 청문회와 사법개혁이 예산과 한자리에서 격돌할 처지에 놓였다. 12·3 사태의 정리 역시 상설 제도 쪽으로 넘어갔다. 국정원은 지난달 25일부터 내란 관련 대대적 감찰에 착수했고, 종합특검은 내란 가담 혐의로 고발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해 불기소를 결정했다. 책임의 몫이 특검과 감찰에서 상설 제도로 이동하는 동안 국정의 실질 쟁점은 예산으로 옮겨간다. 문제는 그 길목이 비어 있다는 점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이 지난달 3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은 1일 사표를 수리했다. 예산이 국회 문을 넘는 시점에 정책 통제탑이 공석이 된 것이다.

역대 최대라는 숫자만으로 예산을 반대할 이유는 생기지 않는다. 반론의 근거도 규모가 아니라 재원에서 나와야 한다. 지출이 최대치를 갱신할수록 세수 전망과 재정건전성이 이를 받쳐야 한다는 것이 그 반론의 바른 위치다. 그러므로 정부는 820조9000억원의 재원 조달 논리를 국회 앞에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여야는 예산을 청문회나 사법개혁과 맞바꾸는 카드로 쓰지 말고, 국방 증액과 핵잠 개발 사업의 단계별 비용과 효율을 항목별로 검증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공석이 된 정책실장 자리를 조속히 채워 국회 협상의 통제탑을 세워야 한다. 예산 심의의 본령은 숫자의 크기가 아니라 배치의 정당성을 묻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