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31일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1일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브리핑으로 밝힌 사실 관계 자체는 짧지만, 그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집권 2년 차 정부가 정책 총괄의 정점을 비우는 일은 인사 한 건이 아니라 국정 운영 방식을 다시 묻는 일이다.

8월 30일 단행된 6개 부처 개각이 재정경제부와 법무부, 국토교통부 등 경제 축을 중심에 두었다는 점과 이 사퇴가 맞물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지율 하락 속 국정 동력 회복을 위한 인적 쇄신이라는 설명이 나오지만, 사람을 바꾼 것은 시작일 뿐이다. 마침 1일 정기국회가 개막해 앞으로 100일간 입법과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예산 심사가 겹치고,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2027년 정부 예산안을 심의·의결한다. 예산은 부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가장 무거운 협상이고, 그 조정을 이끌 정책실장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은 설계 책임이 새로 부임하는 재정경제부 장관 한 사람에게 몰린다는 뜻이다. 공백이 길어질수록 예산안의 방향보다 부처 간 줄다리기가 먼저 보이게 된다.

개각을 쇄신의 계기로 읽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인사는 수단이지 성적이 아니다. 야당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개각의 정당성부터 따질 것이고, 세금과 부동산 정책이 새 얼굴을 맞으며 방향을 잃으면 서민 체감은 오히려 더 흔들린다. 지휘봉을 교체하는 동안 예산 협상이 밀리면 쇄신은 동력이 아니라 혼란으로 기록된다.

이 대통령은 후임 정책실장 인선을 서두르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빠르게 확정해 예산 협상의 지휘선을 세우고, 개각의 명분을 구체적 정책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새로 부임한 경제 부처 장관들은 국회 상정 전에 세금과 부동산 방향을 수치와 일정으로 제시해야 한다. 여야는 청문회를 인사 공방의 무대로 삼기보다 2027년 예산과 생활 밀착 입법의 순서부터 합의해야 한다. 사람을 갈아 끼운 정부의 성적표는 앞으로 100일, 국회에서 찍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