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강력한 고용 지표와 중동발 유가 불안으로 미 국채금리가 5% 선을 위협받는 등 긴축의 먹구름이 다시 세계 금융시장을 뒤덮었다. 자산 시장 전반이 얼어붙고 가상자산이 급락하는 격랑 속에서도, 차세대 인공지능 모델 수요를 흡수한 반도체와 우주 컴퓨팅 인프라 기업들은 독야청청 급등세를 연출했다. 이는 값싼 유동성에 취해 번성하던 투기적 거품이 걷히고, 물리적 연산 능력과 독점적 공급망을 실증한 핵심 기술 인프라로 자본이 철저히 집중되는 냉혹한 시장 재편의 신호탄이다.

실제로 지난 4일 뉴욕증시가 금리 인상 공포 속에 하락하고 비트코인이 8만 달러 선 아래로 밀려났으나, 산업 생태계 내부에서는 극단적인 차별화가 벌어졌다. 오픈AI의 차세대 모델 기대감에 마이크론과 국내 반도체 주식예탁증서가 급등했고, 스페이스X는 인공지능 컴퓨팅 인프라 기대에 힘입어 한 달간 주가가 30% 뛰며 시가총액 2조 달러에 재진입했다. 반면 실물 효용을 입증하지 못한 인공지능 관련 토큰 가격은 지난 5월 최고점 대비 반토막으로 곤두박질쳤다. 고금리 장기화로 자본비용이 치솟자 실체 없는 유행성 자산은 가차 없이 퇴출당하고, 고성능 반도체와 데이터 처리 능력을 구현할 물리적 생산 기반에만 글로벌 자본의 선택이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기술 인프라의 질주를 한국 경제의 무조건적 호재로 낙관할 수는 없다. 미 국채금리가 5%에 육박하는 고금리·고유가 환경은 경제 전반의 조달 비용을 가중해 가계와 취약 기업의 부담을 극한으로 몰아넣는다. 더욱이 특정 첨단 산업으로의 착시 현상이 짙어질수록 국가 경제의 단일 품목 의존도는 심화되어, 거시경제 지표 변동이나 공급망 차질이라는 충격파에 전체 시스템이 무방비로 흔들릴 위험을 안게 된다. 화려한 반도체 랠리에 가려진 제조업 전반의 침체와 금리 압박의 파고를 간과한다면 우리 경제는 불균형 성장의 덫에 갇힐 수밖에 없다.

정부와 산업계는 단기적인 주가 반등에 도취할 것이 아니라, 고금리 시대에 걸맞은 체질 개선과 기술 독점력 확보에 정책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전력망과 공업용수 등 첨단 생산 기반시설을 파격적으로 확충하고 핵심 원천기술 투자를 전방위로 뒷받침해야 한다. 유동성에 기댄 단기 경기 부양의 미련을 과감히 버리고, 거센 긴축의 시험대를 돌파할 실물 인프라 경쟁력을 확고히 구축하는 일에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 생각해봐야 할 이야기

시사 이슈를 깊이 이해하기 위한 심층 토론 질문 (Thinking Points)

  1. 1

    [거시경제 긴축과 기술 혁신의 탈동조화 현상]

    고려할 관점
    자본비용 상승률을 압도하는 기술의 한계생산성, 유동성 축소기 속 '확실한 실적'을 보장하는 독점 기업으로의 자본 쏠림(안전자산화), 고금리가 촉발하는 비효율 기술 도태와 생존 기업의 시장 장악력 강화.
  2. 2

    [단일 핵심 산업 편중과 국가 경제 복원력의 충돌]

    고려할 관점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선택과 집중을 통한 글로벌 초격차 유지 vs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외생적 시스템 리스크 분산, 핵심 주력 산업의 부가가치가 국내 비첨단 제조업 및 내수 시장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단절 현상'의 극복 방안.
  3. 3

    [기술 혁신 생태계 내 실물 인프라와 가상 자산의 가치 분화]

    고려할 관점
    유형 인프라의 막대한 진입 장벽 및 감가상각 극복 능력 vs 무형 자산의 모호한 현금흐름 창출 구조와 규제 리스크, 인공지능 기술의 수익화 단계가 '투기적 탐색'에서 '물리적 인프라 수직 계열화'로 진화하는 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