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화염보다 무거운 것은 미·일 동시 긴축이다
9월 2일 미국과 이란의 교전 재개로 국제유가와 국채금리가 동반 폭등하며 코스피가 3.99% 급락했다. 그러나 이 충격의 본질은 지정학 이벤트가 아니라 35년 만의 미·일 동시 긴축에 있다. 일본의 긴축 전환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통해 글로벌 유동성의 구조적 수축을 예고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자본 유출 대비와 금리 포워드 가이던스 마련에 즉각 나서야 한다.
9월 2일 미국과 이란의 교전 재개로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코스피가 3.99% 하락한 6,562선에 마감했다. 시장은 이 충격을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라는 틀로 묶어 처리하려 한다. 그러나 그 틀은 이번 혼돈의 본질을 가린다. 35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일본이 동시에 긴축 방향으로 베팅을 굳혀가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정학은 총을 당겼을 뿐이고, 총구 안의 실탄은 따로 장전돼 있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8%를 넘어서는 동안, 일본 30년물은 30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두 수치가 동시에 성립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은 오랫동안 사실상 제로 금리로 전 세계 자산 시장에 값싼 유동성을 흘려보내 온 공급원이었다. 엔화를 빌려 고수익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글로벌 자본 순환의 조용한 윤활유였다. 그 일본이 긴축 궤도에 올랐다는 시장의 판단이 굳어지면, 수십 년간 당연시하던 유동성 공급원 하나가 구조적으로 수축하기 시작한다. 이번 전 세계 채권 매도 폭풍의 밑바닥에는 지정학보다 더 오래 지속될 통화 질서의 재편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실물 경제의 기술 투자 모멘텀이 꺾인 것은 아니다. AI 서버에 대한 사상 최대 수주가 확인되며 주가가 급등하고 연간 전망이 상향된 사례는, 기술 투자 사이클 자체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이 개별 모멘텀이 전 세계적 자본 비용 상승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내에는 강세장 구간에서 물린 개인 투자자 매물 84조 원이 코스피 7,000선 진입을 막는 구조적 장벽으로 쌓여 있다. 대외 금리 충격이 이 내부 수급 장벽과 맞물리면 하방 압력은 단순 합산이 아니라 증폭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번 사태를 지정학 발 일시적 충격으로 규정하고 조기 안정을 선언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미·일 동시 긴축이 구조적 전환의 시작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자본 유출 가속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 수위를 즉각 높여야 한다. 외환 방어 수단을 점검하고, 국내 채권 시장 수급 안정을 위한 조처와 함께 금리 경로에 관한 명확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지금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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