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8월 31일 차세대 모바일 메모리 LPDDR6 양산에 나섰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이 중국 업체 이름 앞에 붙는 일이 더는 이변이 아니라는 것이 진짜 뉴스다. 문제는 제품 하나가 아니다. 인공지능 붐이 한국 메모리에 안겨 준 '불가결성'이, 그 붐이 자라낸 이해관계들에 의해 체계적으로 갉아먹히고 있다는 구조적 신호다.

증거는 이미 쌓여 있다. 엔비디아가 같은 날 대만 미디어텍에 35억 달러를 투자했다. 빅테크의 자체 칩 확장에 맞서 자사의 필수성을 지키려는 포석이다. AI 반도체 최강자조차 단일 공급망에 기대지 않겠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이어 인텔과 베이스다이 협력을 검토한다는 소식도 그날 나왔다. 새 고객이라는 기회인 동시에, 공급망이 특정 업체 없이도 돌아가도록 다시 짜이고 있다는 신호다. 여기에 CXMT의 추격이 표준 메모리의 후방까지 위협을 더한다. AI가 키운 시장이 클수록 한국 메모리를 대체하려는 시도도 그만큼 커지는 구조다.

중심의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한국의 우위가 아직 유효하다는 반론은 충분히 가능하다. 표준 메모리와 첨단 은 전장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8월 30일 청와대가 AI 정책 라인업을 다시 짜고, 국가AI전략위로 복귀한 하정우가 '미·중 AI 기술이 거의 동급'이라며 GPU 공급망 다각화를 언급한 것은 방어 과제가 이미 정부의 인식 수준에 올라왔다는 뜻이다. 'AI 3강'을 논하는 지금, 컨트롤타워 정비에서 끝나면 안 된다. 메모리 경쟁은 조직도가 아니라 수율과 설비투자, 고객 계약에서 갈린다.

정부는 AI전략위 개편을 메모리 방어 전략으로 이어가야 한다. 차세대 공정 선점 지원, 중국발 공세가 집중되는 표준 메모리 시장의 가격 방어, 반도체 지원책의 실효성 점검이 곧바로 실행돼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후 세대에서 '없으면 안 되는' 포지션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AI가 공급망을 다시 짜는 지금, 한국 경제 최대 축인 메모리를 지키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과제다.